버버리가 돌아오는 방식
트렌치 코트와 브리티시 헤리티지의 재조명
2026년 5월, Burberry가 FY2026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연간 비교 가능 매출은 2% 증가했으며, 조정 영업이익은 전년 약 520억 원에서 약 3,210억 원으로 확대됐습니다. 4분기에는 그레이터 차이나와 아메리카 지역에서 각각 10%의 비교 매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실적 부진 이후 회복의 신호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 회복에서 주목할 부분은 실적뿐 아니라 전략의 변화입니다. CEO Joshua Schulman은 아우터웨어와 체크, 브리티시 헤리티지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재정비해왔습니다. 최상위 럭셔리 경쟁을 좇기보다 기존의 강점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입니다.

럭셔리 경쟁에서 브랜드의 본질로
2024년 버버리에 합류한 조슈아 슐먼은 브랜드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전 경영 체제에서 가격과 럭셔리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브랜드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아우터웨어와 영국적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흐려졌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슐먼 체제에서는 트렌치 코트와 체크 패턴, 영국의 문화적 맥락 등 버버리가 축적해온 자산을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하고 핵심 상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전략입니다.

Burberry Forward와 아우터웨어의 재부상
버버리의 전략 변화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aniel Lee의 컬렉션과 캠페인에서도 드러납니다. FW26 컬렉션은 트렌치 코트를 중심으로 영국의 풍경과 문화를 반영했으며, 컬렉션의 약 60%가 트렌치 코트를 포함한 것으로 소개됐습니다.
어텀 2026 캠페인 ‘Burberry Heads Back to the City’는 런던의 출퇴근 풍경을 배경으로 트렌치 코트와 다양한 아우터웨어를 선보였습니다. Foxfield 트렌치와 Leadenham 재킷 등 대표 상품을 도시의 일상과 연결하며, 브랜드의 핵심 카테고리를 실제 착용 맥락에서 보여줬습니다.
상품 전략 역시 런웨이 중심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확장하는 방향입니다. 핵심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더 넓은 고객층과 접점을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170년의 헤리티지를 다시 활용하는 방식
버버리는 창립 17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역사와 아우터웨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170: The Anniversary Portraits’ 캠페인은 2009년 ‘The Art of the Trench’에서 영감을 받아 런던·뉴욕·서울·상하이에서 170명을 촬영했습니다. 다양한 인물의 개성과 스타일을 트렌치 코트를 비롯한 아우터웨어로 표현하며, 대표 상품을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개로 활용했습니다.
V&A 뮤지엄에서 진행하는 ‘The Burberry Trench: Crafting an Icon’ 전시는 트렌치 코트의 발명과 제작 기술, 현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조명합니다. 2028년 패션 갤러리를 ‘The Burberry Gallery’로 리뉴얼하는 장기 파트너십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전시와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입니다.

Highgrove와의 캡슐 컬렉션에서도 영국적 헤리티지를 활용하는 방향이 나타납니다. 아웃도어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바탕으로 찰스 3세 국왕의 수채화 작품을 버버리의 시그니처와 결합했습니다.
마케팅에는 매출의 높은 한 자릿수 비율을 투자하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캠페인과 브랜드 활성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역사와 핵심 상품을 강조하는 동시에 주요 시장에서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입니다.
브랜드 관심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Lyst Index에서 버버리는 2025년 2분기 17위로 순위권에 복귀한 뒤 3분기 13위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소비자 관심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보조 지표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가격대 조정과 프로모션 축소 역시 정가 판매를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부입니다.

EDITORIAL SMALL TALK
버버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기보다 기존에 축적해온 강점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트렌치 코트와 체크를 중심으로 상품을 재정비하고, 캠페인과 전시를 통해 브리티시 헤리티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핵심 상품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고객층과 문화적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이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다음 시즌의 상품 구성과 소비자 반응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